대표적인 농촌드라마<전원일기>의 회장댁 둘째 아들, 3D 초현대적 기술로 생생하게 역사를 조명한 다큐멘터리<역사스페셜>을 4년간 진행하며 수많은 역사 팬을 만들어낸 유인촌씨. 그의 우리 문화, 역사, 예술에 대한 열정이 뜨겁다.
지난 11월 19일 문화예술인이자 우리 땅 걷기운동가인 유인촌(56, 유시어터 대표, 중앙대 교수)씨가 논현동에 위치한 국학원 서울사무소를 찾았다.
이택휘 국학원장, 장준봉 상임고문, 한승용 이사 등 국학원 인사들이 함께 한 자리에서 유 대표는 우리 역사와 전통문화복원 등 국학의 취지, 활동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면담이 끝난 후 유인촌 씨는 국학신문과의 일문일답에서 평소 그가 가진 생각들을 이야기 했다.
지난여름에는 땅 끝 마을에서 서울청계광장까지 ‘우리 땅 걷기’운동을 하였는데 걷기운동은 어떻게 해서 하게 되셨는지요?
저는 가능하면 머리로 하는 것 보다 몸으로 체득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예술로 따지면 복제예술보다는 땀 냄새가 배어있는 것이 좋죠. 연극을 하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입니다. 가장 원초적이고 땀 냄새가 배어있는 것이 걷기라고 봅니다. 느린 속도를 택하면서 많이 보고 만나고 느끼게 되면서 얻어지는 것이 많았어요.
황토천 염색 등 우리 문화체험도 많이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걷기를 통해 우리 문화를 만나보자는 생각으로 출발했죠. (웃음) 실제로 폭염주의보가 내린 속에 한 열흘을 폭우 속에서 걷고 나니까 그런 생각이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햇빛이 비치면 비치는 대로 비가 오면 오는 대로 견디고 나니 우리 문화를 찾는 것보다 나 자신을 찾았습니다.
걷기를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가지셨네요.
예. 29년 째 걷고 있는 원공스님이라고 계셔요. 사람들이 걷기를 수행이라고 해서 무슨 수행이 되겠나 했는데 다 마쳤을 때 겸손해지고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완전히 나를 돌아보게 됐죠. (웃음) 그냥 세상에 봉사하면서 살아야겠다고 절로 느꼈어요. 1년에 한번은 꼭 우리 땅을 걸을 겁니다. 정말 땅이 소중하고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이 소중하다는 것을 체험했죠.
최근 국학운동의 하나로 국민건강을 위해 생활 속에서 쉽고 효과적인 걷기 운동인 <장생보법>을 보급하고 대회를 열고 있는데 함께 하실 수 있는지요?
예. 언제든지 초청해주시면 참여하겠습니다. 도시사람들은 바쁜 생활패턴 때문에 따로 시간 내서 걸으라고 하면 절대 못 걸어요. 저도 “생활 속에서 걸어라. 조금 불편하게 살아라.”하고 이야기 합니다. 장생보법을 대대적으로 보급하면 좋겠네요.
약 4년간 KBS 다큐멘터리 <역사스페셜>을 진행하셨죠. 생동감 넘치게 진취적 기상을 담아주셔서 국민들에게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국학활동에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우리가 ‘5천년 역사!’라고 말하고 살면서도 실감은 못하죠. <역사스페셜>은 우리가 가 볼 수 없는 때를 가장 현대적인 방법인 3차원 그래픽을 통해 역사와 과학이 만나 재현하면서 우리 의식을 일깨워 주었죠. 특히 우리가 하찮게 여기던 것이 새롭게 조명되면서 진정한 소중함을 사람들이 많이 깨달은 거죠.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여기는 역사를 배경지식이 없는 입장에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서 성공했다고 봅니다. 저는 대중매체가 그런 역할을 많이 해야 하는데 아직 부족한 것 같습니다.
아직은 우리 역사교육이 식민사관으로 왜곡된 데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역사스페셜을 진행하면서 우리 역사에 대해 갖게 된 생각은?
역사학자들 간에도 견해차가 있었고 논란이 되는 것들이 많았죠. 저는 이성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진행자로서 금방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을 가장 쉽게 들리도록 전달해야 했죠.
개인적으로 역사에 관심이 많고 연극을 해도 가능하면 역사드라마를 선택하죠. 왜냐하면 역사자체가 거울이니까요. 역사를 뒤집어 보면 지금 이 시절이 조선왕조 때도 있었다고 봅니다.
이산과 같은 역사드라마가 인기 있는 이유가 정치와 맞물려 있어서라고 하죠.
역사 속에는 개혁주의자들의 시작과 끝이 어땠고, 노론 소론 남인 서인 조선시대 당파싸움의 결과가 어떻다는 것이 다 나와 있거든요. 정말 국민을 위해서 정치해야 하는데 권력과 이익에 눈먼 패거리 정치를 하지 않나 안타깝습니다. 예전에는 사극을 방송하면 정치계에서 신경을 곤두세워서 주로 장희빈, 장녹수와 같은 여인열전이 많았죠. 여인네 치마폭에 놀아나는 왕만 보여주고 그렇지 않으면 중단이 되기도 했죠. 요즘에는 정치인들의 역사에 대한 관심이 낮은 것 같아요.
요즘에는 국민들이 역사에 관심을 더 갖게 되었습니다. 다만 아직 국조단군의 홍익철학을 종교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종교와 우리 역사는 다른 것인데 외국에 비해 국내 일부 종교계는 배타적인 경향이 있죠. 국학운동을 좀 더 확실하게 해야 될 것 같네요. 국학의 확실한 의미나 취지 등에 대한 홍보가 아직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전통문화 복원에 대해 가지고 계신 의견은?
저는 특별한 일이 있으면 한복을 입어요. 특히 외국에 나갈 때는 꼭 챙겨 가서 입고 다닙니다. 입을 때 꼭 제대로 갖춰 입습니다. 이처럼 전통은 보존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제 생각입니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이 전통에 바탕을 두고 있죠. 우리의 의식주가 아무리 현대적으로 바뀌어도 근본적으로 오랫동안 내려온 바탕이 있고 완전히 벗어나서는 살 수 없는 것이죠. 이제는 자각을 할 필요가 있고 국학이 그 역할을 해주면 성공적일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평화철학인 홍익철학을 오늘에 되살려 남북통일, 나아가 인류평화에 기여하는 정신지도국, 백범 김구선생께서 이야기한 문화대국의 비전을 가지고 국학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백범일지에서 문화에 대한 정의를 확실하게 내리셨는데 그 뜻이 이어지지 못하고 지금 졸부의 나라가 됐죠. 지금부터라도 그 뜻을 되살리는 운동이 일어나야 50년 쯤 뒤에 “아! 우리가 잘 살기도 하지만 정신적으로도 아주 수준 높은 나라구나”이렇게 될 겁니다. 이제는 먹고 살 수는 있으니까 힘들더라도 원점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런 운동이 일어나야죠.
국학활동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국학의 정신에 찬성합니다. 국학원과 같은 단체가 사회의 어두운 곳을 정화시키고 밝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죠. 그런데 홍보나 마케팅에 있어서 진도가 못나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교육만으로는 부족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국민적 운동이나 걷기운동과 같은 퍼포먼스 등 다양한 아이디어로 국민에 알려 뉴스의 주목을 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하고 계신데 문화예술인으로서의 포부나 계획은?
아무래도 제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제대로 된 예술인으로서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예술은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 한 것을 예술이란 행위를 통해서 듣고 보게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네 삶의 거울 역할을 해야 하는 거죠. 지금까지 제가 공부한 것이 연기니까 작품을 통해 사람들로 하여금 뭔가 자각하게 하는 그런 거울의 역할을 잘 해내고 싶어요.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그 바탕을 쌓아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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