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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한 붕괴우려 압박 못해"

황금인간 2005. 2. 21. 22:19
NYT "중국, 북한 붕괴우려 압박 못해"
[오마이뉴스 2005-02-19 18:14]
[오마이뉴스 김태경 기자]
▲ 뉴욕타임스는 18일 분석기사를 통해 중국의 북핵 역할론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북한이 핵무기 보유 및 6자 회담 무기한 참석 중단을 선언한 뒤 중국 역할론이 '상종가'를 치고있다. 한·미·일 대다수의 언론들은 북한의 핵보유 선언에 경악한 중국이 북한에 상당한 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보도하고 있다.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19일 오전 북한 고려항공편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외신들은 "중국 관리가 북한을 6자 회담에 복귀시키기 위해 평양에 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18일(현지시각) 미 <뉴욕타임스>는 중국 상하이 발로 상당히 다른 시각의 기사를 내놓았다.

'중국, 미국을 불신하기 때문에 한반도에서의 역할을 우려한다'는 제목의 이 기사는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공유하는 중국인들은 거의 없다"고 되어있다.

다음은 <뉴욕타임스> 기사를 요약한 것이다.

경제와 군사력이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이 지난 50년간 후원했던 북한에 대해 한반도 핵 위협 상황에 종지부를 찍는 '외교적 쿠데타'를 감행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있다. 문제는 이같은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공유하는 중국인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중국은 오랜 동맹국인 북한이 결코 자신들에게 대항할리가 없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외교적 위험을 꺼리고 있다. 중국 외교의 최우선순위는 한반도에서의 안정 유지다. 북한과 미국 사이의 긴장이 정말로 심각해질 때야 중국은 좀 더 공세적인 방법을 취할 것이다.

더 나아가 중국이 북핵 위기 해결에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미국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인 전문가는 "만약 우리가 북한에 대한 원조를 중단하면 한반도는 남한에 의해 통일 될 것"이라며 "이것은 중국에게 거대한 재앙이다, 미국은 통일된 한반도의 북부에 미군 기지를 유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미국이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중국을 국제적인 질서에 옭아매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고 냉소적으로 평가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미군을 국경선에 꽉 묶어놓고 있는 우호적인 국가(즉 한국)를 갖는 것이 중국군을 자유롭게 다른 문제, 특히 대만 문제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고 본다.

북한에 대한 시각이 차이가 나는 것도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는 이유다.

베이징에 있는 아시아 태평양 연구소의 퍄오젠이는 "많은 사람들이 북한을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실패한 국가로 보지만 중국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며 "북한은 아직 약하지만 개방으로 나가고 있다, 해마다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 북한 정권은 경제 개혁을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이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비록 고통스럽지만 조금씩 개혁의 길로 나가고 있다는 것은 많은 중국 지식인들과 정책 결정자들에게 동정심을 얻고있다. 북한의 현재 상황은 중국의 변덕스러웠던 개혁·개방의 시기와 비슷하다.

외교관계에서 가능한한 혼란을 피하는 것이 중국 외교의 주안점이며 이는 경제적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미국의 전직 동아시아 담당 정보관리였던 로버트 슈터는 "중국인들에게 있어 최후의 선은 안정이다, 그들은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험성을 너무 우려한다"며 "북한에 대해 압력을 가하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는 어렵다, 나는 그들이 그런 위험을 감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상하이 푸단 대학 국제관계 연구소의 선딩리 부소장은 "중국의 대외 정책에 있어 우선순위는 명확하다, 북한이 붕괴하는 것을 막는 것이고 미군을 38도선에 유지시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그는 중국이 6자 회담에서 자신의 역할을 한정하는 소심함에 대해서는 불만을 보이면서 "중국은 아직 전 세계를 이끌어가기 위한 마인드가 없다, 우리의 외교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역할론'에 올인한 한국의 역할은?

<뉴욕타임스>는 "많은 중국 국제전문가들은 미국은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는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며 "북한 정권을 전복시키지 않겠다는 실질적인 확신을 제공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앞서 지난 15일 미국의 < USA 투데이>도 "중국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거부에 불만이 있지만 6자 회담에 복귀하도록 말하는 것을 넘어 경제적 압박을 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중국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신문은 베이징 발 기사에서 "중국은 북한 연료와 식량의 주 공급자로 대북 지렛대가 있지만, 북한의 붕괴나 거센 반발로 역풍이 불 수 있기 때문에 구두 압박 이상의 조치를 취하기를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보도가 나온 것은 북한이 핵 보유를 선언한 뒤 중국 역할론이 '상종가'를 쳤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좀 더 냉정하게 상황을 인식한 탓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그동안 북·미 양자 대화를 거부하고 6자 회담을 고집하는 조지 부시 행정부의 태도를 '시간끌기'로 비판했던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문제는 한국 정부의 태도다. '중국 역할론'에 '올인'한 상태일 뿐 북핵 문제를 한국이 주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말을 실현할 수단이 없다.

더 나아가 미국보다 더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지난 17일 김하중 주중 한국 대사는 "중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카드가 있다"며 중국 역할론을 강조했다. 현재 한국 정부의 분위기는 19일 방북한 왕자루이가 북한에 "한국 정부의 뜻을 잘 전달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7월 김일성 주석 10주기 민간 조문단의 파견이 무산되고 동남아 제3국에 있던 탈북자 460여명을 데려온 뒤 남북 당국자 대화가 중단된 탓이 크다. 북핵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대화 채널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김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