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놀라지 않는 한국인에 세계가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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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06-07-08
0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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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대응 시스템 제대로 작동하나 [2·끝] 韓·日 다른 표정 [조선일보 허윤희기자, 박수찬기자, 임민혁기자] 북한 핵 위기 등 한반도 안보 상황이 심상치 않을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외신 기사 중 하나가 “한국은 너무 태평하다”는 것이다. 지난 5일 북한의 미사일 무더기 발사 이후에도, 한국에선 예전처럼 평온한 일상이 이어졌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해외 여행객과, 국내 해수욕장을 찾는 발길이 늘었다. 한국에선 주식시장 끄떡없고 휴가여행 늘어나 국내 대형 H여행사의 경우 미사일 발사 소식이 알려진 지난 5일, 해외여행 예약자 숫자가 8572명으로 전날(4일)의 8035명보다 500명 가까이 증가했다. 이 여행사 관계자는 “월드컵 때문에 주춤했던 여행상품 예약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휴양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7일 개장한 동해안 속초 해수욕장은 예년 첫날(2700여명)에 비해 올해는 3000여명으로 늘었다. 국내 주식시장도 이번 사태에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5~6일 코스피 지수가 떨어졌지만, 7일에는 9.97포인트(0.79%) 올랐다. 굿모닝신한증권 박효진 애널리스트는 “93년 이후 대형 위기 상황이 반복되면서, 과거 학습효과 때문에 증시의 반응은 단기 충격으로 끝나곤 한다”고 했다. TV 방송들도 미사일 발사 당일 5일 일부 특집프로를 편성했을 뿐, 평상시와 다름 없는 방송을 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확인됐다.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에서 만난 여대생 김모(20)양은 “전쟁이 말처럼 쉽게 일어나는 게 아니잖으냐”며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데 우리가 너무 둔감하다고 하는 이야기를 하는데, 너무 미국적인 시각에서 보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또 대학생 조모(19)군은 “우리가 북한 미사일 위협에서 꼭 안전하다고만은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전 국민이 걱정할 상황도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강남역에서 만난 한 대학교 3학년 학생은, 북한이 이번에 미사일을 몇 발 쐈는지 아느냐고 묻자 “세 발”이라고 했다. 서울 시내 주요 대학 홈페이지 학생 게시판에서는 미사일 관련 글을 좀체 찾아보기 어렵다.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에서도 북한 미사일은 큰 화제가 되지 못한 채, “설마 전쟁이야 나겠나”는 반응이 적지 않다. 해외에 있는 한 네티즌(아이디 unique31)은 네이버에 올린 댓글에서 “정말 이상하다. 여기 지금 캐나다에서 볼 수 있는 온갖 뉴스에서는 미사일에 대해 난리인데, 정작 한국에서는 이렇게 조용하다니…. 심지어 대통령조차 입 다물고 있다는 게 이상하다. 정말”이라고 했다. 일본에선 야외활동 자제·비상근무… 準전시 분위기 지난 5일 북한의 미사일 무더기 발사 이후 일본 TV에서는 매시간 미사일 관련 속보가 쏟아지고 있다. 유엔의 대북 제재 움직임, 방위청 장관과 미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의 회동 소식, 한국의 합참의장격인 마사키 하지메(先崎一) 통합막료장 등의 북한 미사일 재발사 가능성 언급 등이 시시각각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허윤희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ostinato.chosun.com]) (박수찬기자 soochan@chosun.com ) 북한 미사일 문제에 관한 일본 국민들의 관심 역시 비상하다. “무섭다” “미사일이 정말 날아오면 어떻게 하느냐”는 등의 일반 시민들의 반응이 TV 뉴스 프로에 등장하고 있다. 동해상에서 오징어 잡이에 나선 어민들은 “미사일이 언제 날아올지 몰라 24시간 라디오를 켜놓고 조업 중”이라고 말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 후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경계 태세가 강화되면서, 일부 학교에선 수업 일정이 차질을 빚는 일까지 벌어졌다. 홋카이도의 와카나이(稚內)항에 긴급 피난했던 야마가타현립 수산고교 실습선은 당초 오는 13일까지 실습 일정이 잡혀있었으나,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일정을 미뤘다고 한다. 후쿠이현 교육위원회에서는 미사일 발사 당일인 지난 5일 하루 공립학교에 교외활동 자제를 요청했고, 이어 6일에는 초등학교에서 실시할 예정이던 원거리 수영연습을 중단시켰다. 후쿠이현 관계자는 “북한 공작원에 의한 납치사건이 발생한 지역인 만큼 다른 어느 곳보다 위기감이 강하다”고 말했다. 또 동해안에 인접한 지역 중에는 야간 비상근무 당직자를 증원배치하고, 위기관리센터를 가동하는 곳도 있다. 사가(佐賀)현의 경우, 북한의 미사일 발사 임박 정보가 나오기 시작한 지난달 28일부터 현청사에 ‘긴급사태 정보연락실’을 설치, 24시간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원자력발전소 15기가 소재한 후쿠이(福井)현 경찰은 ‘돌발중대사안 경비대책실’을 지난 5일부터 가동 중이다. 니가타(新潟)현의 원자력 발전소에는 출입차량에 대해 일일이 통행허가증을 확인하고, 금속탐지기 검사를 실시하는 등 긴박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일본은 북한 미사일 발사 후 마치 준(準)전시상황이라도 맞은 듯한 분위기다.
(도쿄=정권현특파원 [블로그 바로가기 khjung.chosun.com]) 전문가 진단 “남북교류 늘며 위기 못느끼는 ‘착시현상’ 생겨”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우리 국민들이 특별히 놀라지도 않고 위기 의식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전문가 10명의 의견을 물었다.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7명)들은 “8년 동안 대북 화해협력 정책이 이어지면서 북한은 우리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착시 현상이 생긴 것”이라는 의견이 많은 반면, 사회·심리학자(3명)들은 “위기에 익숙해진 정서 때문”이라고 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로 이어지는 8년의 대북 햇볕정책이 국민들로 하여금 지금 상황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의 위기인지를 해석하는 능력을 상실케 했다”고 했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정종욱 아주대 교수는 “국민들의 안보 의식이 해이해졌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이번에는 정부가 상황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국민들이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북한을 더 이상 우리를 위협할 만한 상대로 보지 않는 인식도 한몫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우리 국민들은 북한을 우습게 보고 있다. 우리가 군사적인 측면에서 북에 완전한 우세를 보이고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기에 태연하게 행동하는 점이 있다”고 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이성적으론 북한을 비판하지만, 정서적으로 ‘같은 동족인데 설마…’ 하는 인식을 갖고 있기에 외국과는 다르게 반응한다”고 했다.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는 “오랜 세월, 너무 많은 위기에 노출되다 보니 불감증 내지는 내성 같은 게 생긴 것 같다”고 했고, 이훈구 연세대 교수는 “북한이 미사일을 쏴도 뾰족한 수도 없으니 그대로 살 수밖에 없는 심리가 깔려 있다”고 했다. 위기 상황을 지나치게 부풀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안보 문제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현인택 고려대 교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안보 태세를 갖춰야 하는 기본이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임민혁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lmhcool.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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